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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부터 패션까지 선취업 후학습 해볼까?(한겨레 기사)
작성자
유재승
등록일
Feb 8, 2022
조회수
1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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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로봇부터 패션까지 '선취업 후학습' 해볼까

한겨레 입력 2022.02.07. 21:16 수정 2022.02.07. 21:26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진학 가이드
반도체·로봇 특화 고교들 인기
패션·게임·물류 특성화도 눈길
학교별 전형 맞춰 중3 내신 관리
학교 축제에서 학생들이 직접 만든 옷을 입고 패션쇼를 열고 있는 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

“2차산업 시대는 대기업, 대량생산, 안정성의 시대였죠. 그때는 대학 진학률이 30%였고, 대학만 나오면 다 풀리는 시대였으니 대학 진학이 최고의 선택이었죠. 지금은 대학 진학률이 70%가 넘습니다. 여전히 대졸자에게 맞는 일자리는 30%이니 나머지 40%는 갈 데가 마땅치 않습니다. 지금은 자동화·로봇화로 그 일자리마저도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죠. 이런 시대에 ‘대학 진학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부모님·조부모님 시대의 생각이고, 이제는 ‘선취업 후학습’을 생각해야 하는 적기입니다.”

4년 전에 출간된 뒤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이제는 대학이 아니라 직업이다>(생각비행)의 저자 손영배 영종국제물류고등학교 진로상담 교사의 말이다. 그는 “4년 전에 이 책을 펴내면서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얘기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냉담했는데, 이제는 달라진 변화를 많이 느낀다”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자녀들이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 진학을 얘기하면 부모님들이 대학을 가야지 왜 그런 데를 가냐면서 말려 부모님이 1차 장벽이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다 되고 대학만 가면 다 이뤄지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려운데다 정규직에 취업하기도 어려워서 1년 안에 퇴사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자기만족, 자아실현의 시대이기에 취업과 창업, 크리에이터 등 다양한 진로 출구를 찾을 수 있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진학을 적극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정보통신(IT)과 자동차, 로봇부터 패션, 외식,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분야에 특화된 교육을 하는 특성화고·마이스터고는 ‘선취업 후학습’을 목표로 졸업과 동시에 취업의 기회도 잡고 취업 뒤에 필요에 따라 대학 진학을 격려하는 고등학교다.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라면, 자신의 적성에 따라 취업과 진학에 유리한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를 살펴보는 것도 실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취업률·입학경쟁률 높은 마이스터고

마이스터고는 유망 산업 분야의 특화된 예비 기술 장인(마이스터)을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다. 입학금·수업료·기숙사비 등이 무료일 뿐만 아니라 우수 학생에겐 장학금과 해외 직업전문학교 연수 기회 등의 혜택도 많다. 취업률이 90%가 넘는 곳이 많아서 입학 경쟁률도 높고, 따라서 중학교 내신이 상위권이어야 하는 곳도 많다. 서울에 4개교, 부산에 3개교 등 전국적으로 총 51개교로 그리 많지 않다.

경남 진주에 있는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는 입학 경쟁률이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입학이 어려운 학교다. 인기 비결은 군이 운영하는 유일한 중등교육기관으로, 졸업과 동시에 공군 기술부사관으로 임관되기 때문이다. 의무 복무 7년이 지나면 장기복무 또는 전역이 가능하다. 항공통제과·항공전자과·정보통신과·항공기계과 등으로 전공을 선택해 항공 기술 전문 교육을 받기 때문에, 의무 복무 기간 뒤에는 항공 관련 기술 분야로 많이 진출한다.

충북반도체고등학교는 코로나19에도 취업률 95.4%를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학교 쪽은 졸업생들이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한화솔루션, 세메스 등 28개 반도체 관련 기업에 취업했다고 지난달 밝혔다. 이 학교는 반도체제조과, 반도체장비과, 반도체케미컬과로 세분화하고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 반도체 제조 현장과 같은 클린룸, 제조공정별 장비 등을 구축해 최적화한 실무교육을 실시해 학생들에 대한 기업의 만족도가 높다. 김진권 교감은 “반도체에 특화된 마이스터고등학교로서 요즘 반도체 제조업체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업체까지 호황이라서 취업률이 높았다”고 말했다.

2021 충북기능경기대회에 참여한 충북반도체고등학교 학생들.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경남 밀양의 한국나노마이스터고도 80% 이상의 취업률로 화제가 됐다. 전국 유일의 ‘나노 반도체’ 분야의 특수목적고인 이 학교는 극히 일부 대학에서나 보유하고 있는 ‘반도체 제조 클린룸 실습실’을 가지고 학생들을 교육한다. 첨단 기자재로 교육받은 학생들은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뿐 아니라, 해외 연수, 외국어 역량 강화, 마이스터 인증제 프로그램 등의 전문적인 교육도 하고 있다. 박정하 교감은 “반도체 관련 업체들과 많은 협약을 맺고 있는데다 회사의 공정과 거의 비슷하게 학교에서 실습 교육을 하기 때문에 현장에 가도 별 무리 없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어서 업계로 많이 진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로봇고등학교는 지능형 로봇 기술 인재를 육성하는 고등학교로서 국내외 각종 로봇 관련 경연대회에서 수상 경력이 화려하다. 첨단로봇 설계과, 첨단로봇 제어과, 첨단로봇 시스템과, 첨단로봇 정보통신과 등 4개 학과로 이뤄져 있으며, 지난해 취업률도 97%로 집계됐다. 로봇 관련 중소기업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대기업과 한국철도공사·서울교통공사 등 공기업과 서울시 공무원 등으로도 많이 진출했다.

차세대 전지에 특화된 충북에너지고등학교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눈길을 끄는 학교다. 상선 항해사나 기관사의 꿈이 있다면 부산해사고등학교, 인천해사고등학교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남원에 있는 한국경마축산고등학교는 승마지도사·말조련사 등을 키워내는 말 산업에 특화된 유일한 마이스터고이며, 원주의료고등학교는 의료기기에 특화된 유일한 마이스터고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포털 사이트(www.hifive.go.kr)에 들어가면 기계·에너지·소프트웨어·조선해양플랜트 등 분야별로 지정된 총 51개의 마이스터고등학교를 살펴볼 수 있다.

반도체 제조 클린룸 실습실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한국나노마이스터고 학생들.

게임부터 패션까지 다양한 특성화고

특성화고 역시 입학금·수업료 등이 무료이며, 우수 학생은 미국·오스트레일리아(호주) 등에서 파견 근무를 할 수도 있고 외국 유학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정부가 올해까지 국가직 고졸 채용 비율을 20%까지, 지방직 기술직군을 30%까지 늘리는 고졸 채용 목표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올해부터는 지방공기업에도 고졸 채용 목표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점도 특성화고에 고무적인 소식이다.

특성화고도 공업부터 상업·가사·예술까지 다양한 분야가 있으며 전국에 480여곳이 있다. 특성화 고등학교의 본래 취지는 졸업 후 취업이지만, 대학 진학을 원하는 경우도 많아서 학교마다 진학반을 운영하기도 한다.

게임과 웹툰이 국민 오락인 시대다. 게임과 웹툰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재능과 적성이 있으면서 직업적으로도 연결하고 싶다면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나 경기게임마이스터고등학교, 강원애니고등학교, 울산애니원고등학교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게임과학고는 게임 콘텐츠를 개발하고 게임을 제작하는 전문 인력뿐 아니라, 프로게이머와 유튜버, 스트리머, 개인방송 진행자(BJ), 방송해설자 등을 육성하는 데 교육 방점을 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한 경기게임마스터고는 게임 프로그래밍과 기획 수업을 통해 게임 산업 전문가를 길러낸다.

플로리스트를 초청해 꽃다발 만들기를 배우고 있는 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 학생들.

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는 의상패션디자인과 패션제품디자인 등에 특화된 전문가를 양성하는 학교로, 패션회사나 쇼핑몰, 디자인회사 등에 취업률이 높다. 홍우희 대외협력부장은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 교육과정이 모두 전공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업에서 원하는 프로젝트를 학교에 제공하면 학교에서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그 결과물을 취업 포트폴리오로 활용하는 등 현장에 바로 투입될 수 있는 실무 중심의 교육을 하는 게 우리 학교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이 학교를 미리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누리집에서 진로체험 참여신청서를 내려받아 전자우편으로 제출하면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택배·배송·물류가 중요한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영종국제물류고등학교도 눈길을 끈다. 국제물류의 전문적인 이론과 실무 및 외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갖춘 글로벌 국제물류 실무를 담당할 인재를 양성하는 이 학교는 물류관리사, 유통관리사, 물류정보관리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해 졸업할 수 있다. 학교 쪽은 “최근 3년간 씨제이대한통운, 디에이치엘코리아 등 물류 관련 대기업 공채뿐 아니라 은행과 공기업 등에도 합격자를 배출해 취업 중심 학교로서 성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진로캠프를 열고 있는 영종국제물류고등학교.

관광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대일관광고등학교와 서울관광고등학교 등을 살펴보고, 요식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한국외식과학고등학교, 한국조리과학고등학교 등을 눈여겨보면 좋겠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 입학 전형에는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이 있다. 일반전형은 중학교 내신(성적)순으로 선발하며, 특별전형은 출결·자기소개서·성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한다. 학교에 따라 이르면 7~8월에, 늦어도 9~10월에 이듬해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한다.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일단 자신의 적성이 어떤 분야인지 파악한 뒤, 그 분야에 해당하는 학교에는 어떤 학교들이 있는지 특성화고·마이스터고 포털을 통해 알아본다. 해당 학교들의 누리집에 들어가서 교육과정과 특징, 진로와 취업 현황을 살펴보고 학교를 결정한 뒤, 그 학교가 원하는 인재상에 맞춰 중학교 3학년 내신과 활동을 관리하는 것이 합격 전략이다.

글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사진 각 학교 제공

진로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영종국제물류고등학교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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